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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문재인 대통령
'직장인' 문재인 대통령
  • 승인 2017.05.19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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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컵에 담긴 커피를 들고 와이셔츠 차림으로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는 '청와대 F4' 기사에 "청와대 식당에서 설거지라도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댓글이 달렸다. 누리꾼들은 이전 정권의 불통에 진저리를 냈다가 소통과 공감의 행보에 환호하며 달라진 세상의 공기를 맘껏 즐기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서고 난 뒤 온라인엔 '파파미(파도 파도 미담)'류의 글과 사진이 넘친다. 커피집 사장이 SNS에 올린 "단골손님 문재인 대통령이 콜롬비아 4 브라질 3 에티오피아 2 과테말라 1로 원두를 블렌딩해 갔는데, 이는 20~30년 커피 마니아들만 아는 비율"이란 글은 '문 블렌딩'이란 제목을 달고 빠르게 공유됐다.

종합편성채널의 앵커가 거두절미하고 "커피 대신 국산 차, 일회용 컵 대신 텀블러를 사용했으면 좋겠다"라는 댓글을 소개하자 누리꾼들은 일회용 컵과 일회용 식기를 사용하고 명품을 애용한 과거 이력까지 샅샅이 찾아내 그 앵커를 거의 묵사발 냈다.

누리꾼들은 정장 차림에 고급 찻잔을 들고 청와대 비서진과 티타임을 갖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진을 찾아내 점심 후 직장인의 일상 같은 '청와대 F4'의 사진과 비교하기도 했다. 두 사진의 뉘앙스는 청와대가 집인 대통령과 직장인 대통령의 차이만큼이나 달랐다. 청와대는 박 전 대통령에겐 어릴 때부터 집이었고, 문 대통령에겐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도 다녔던 직장이다. 박 전 대통령이 관저에 기거하며 가족 같은 최순실과 만나는 걸 당연하게 여겼듯이 문 대통령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직장인으로서 온 힘을 다하는 게 당연해 보인다.

'직장인' 문 대통령이 몸을 낮추는 장면이 어색하지 않은 까닭이다. 노자는 '바다가 모든 강의 으뜸이 될 수 있는 까닭은 자신을 더 낮추기 때문'이라고 했다. 세상의 모든 물을 다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가장 낮은 곳에 있기 때문이다.

파격이 상식이 된 취임 뒤 행보에서 진심을 읽고, 5·18 기념식에서 유가족을 꼭 껴안고 눈시울을 붉힌 대통령의 모습에서 울컥했다. 그런 문 대통령의 초심을 지키는 건 시민의 몫이기도 하다. 대통령은 어떤 비판도 용납하지 않는, 맹목적인 찬사를 먹고 사는 아이돌이 아니기 때문이다. 직장인 문 대통령을 지켜 주려면 시민은 '펄펄 끓는 얼음'을 만지듯 뜨거움과 냉정함의 경계를 넘나들며 든든한 뒷배가 되고 꼼꼼한 감시자가 되어야 한다. 사회학자 김종영이 제안한 '지민(知民)'으로의 진화다. 지민은 공부하고 참여하는 시민이다.

 

 

 

 

 

 

 

 

이상헌 기자 tt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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