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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열흘, 남은 1816일
지난 열흘, 남은 1816일
  • 승인 2017.05.1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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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오늘이 꼭 열흘째다. 하지만 '겨우 열흘밖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숨 가쁘게 지나간 시간이었다. 국민은 물론 언론도 쏟아지는 뉴스에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였다.

일단 첫 단추는 잘 끼운 것으로 보인다. 지난 열흘간의 행보는 그 어떤 '사이다'보다 시원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가장 먼저 국민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권위를 벗어던진 파격적인 행보였다. 국무총리 후보자 등 첫 인사 발표를 직접 하며 시동을 걸었다. 비서실 참모진과 점심 식사 후 셔츠 차림으로 테이크아웃 커피잔을 들고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는 모습은 신선했다. 대통령 사인을 받으려는 어린 초등학생에게 몸을 숙여 눈높이를 맞추는 등 스스럼없이 국민과 어울리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조국 서울대 교수의 민정수석 기용과 김상조 한성대 교수의 공정거래위원장 지명은 각각 검찰 개혁과 재벌 개혁에 대해 백 마디 말보다 더 강력한 메시지를 주고 있다. '업무지시' 형태로 일자리위원회 설치와 미세먼지 대책을 내놓은 것은 대통령이 곧바로 할 수 있는 일부터 한다는 의미를 가진다. 외국 정상과의 전화외교와 북한 미사일 발사 대처 등 안보·외교 분야에서 보여 준 행보도 국민에게 신뢰감을 줬다.

취임 후 문 대통령이 보여 준 행보는 '소통'과 '개혁'으로 요약된다. 내용과 방식 모두에서 크게 흠 잡을 데가 없다는 게 솔직한 느낌이다. 국민의 지지와 기대도 높다. 취임 후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정 수행을 잘 하고 있다'는 응답이 득표율 41.1%의 배 정도인 80% 전후에 이른다. 앞으로 국정을 잘할 것이라는 응답은 그보다 더 많다. 집권 초반이라는 프리미엄이 일정 부분 포함된 것으로 봐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선거 구호가 표를 얻기 위해 그냥 던진 빈말이 아님을 어느 정도 입증하고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 문 대통령이 명심해야 할 것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점이다. 지금과 같은 지지가 언제까지 계속될 수 없다. 그걸 기대해서도 안 된다. 역대 모든 정부가 모든 국민의 기대와 축복 속에 출범했다. 전임 대통령들 역시 취임 직후에는 지지율이 높지 않았던 적이 없다. 김영삼 대통령은 90%를 넘겼고, 다른 대통령들도 적어도 60% 이상을 기록했다. 그렇지만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는 데에는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국민의 지지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가 가장 위험하다. 지지에 도취해 '내가 옳다'는 생각이 집권자의 머리를 지배하는 순간 내리막길이 시작된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많은 사례가 증명한다. 그 시기가 조금 빨리 오느냐 천천히 오느냐의 차이일 뿐 문재인 정부도 분명 어려움을 겪게 될 수밖에 없다. 야당이나 언론이 사소한 꼬투리를 잡아 억지에 가까운 비판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럴 때엔 '남 탓'을 하기보다는 혹여 초심을 잃지 않았나 스스로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집권 초반에는 당연히 할 일이 많다. 정권 교체가 된 마당이니 더하다. 이전 정권이 잘못한 일은 모두 걷어 내고 싶을 것이다. 다 할 수 있으면 물론 그보다 더 좋은 일은 없지만 그보다는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이 먼저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고구마라는 비판에 대해 '고구마는 답답하지만 든든하다'고 응수했다. 한꺼번에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사이다 같은 행보보다 좀 답답하지만 할 수 있는 것부터 차근차근 하는 고구마 스타일이 문 대통령에게 더 어울린다.

대통령의 소통은 그 대상이 국민이 최우선이어야 함은 당연하다. 탈권위의 행보는 필요하고 그 자체로도 의미가 작지 않다. 내 옆에 있는 친근한 대통령의 이미지는 그 자체로 국민의 지지를 이끌어 내 국정 수행에도 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야당과의 소통과 협치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여당의 국회 의석이 40%에 불과할 정도로 기반이 취약한 정권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야당의 반대를 누르겠다는 생각은 아예 버리는 것이 낫다.

대선 과정에서 문 대통령은 정권 교체의 '간절함'을 강조했다. 그 간절함이 대통령 자리를 차지해 권력을 누리기 위함이 아니라 새로운 나라를 만들어 보겠다는 것임을 믿는다. 그러나 '나라다운 나라'에 대한 간절함이 그 누구보다 큰 것은 바로 국민이다. 그러한 국민의 간절함이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었다. 5년 임기 중 이제 열흘이다. 남은 1816일이 지난 열흘과 다름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유명준 논설위원 jo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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