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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톰 인사이드', 삶의 벼랑 끝에 선 두 남녀의 조우
'스톰 인사이드', 삶의 벼랑 끝에 선 두 남녀의 조우
  • 승인 2017.05.12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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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아'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영화는 무엇이 남편과 어린 딸까지 있는 그녀를 알콜 중독자로 만들었고, 그녀가 왜 처음 만난 범죄자 '나빌'을 도와주는지 정확히 설명해주지 않는다. 마치 나빌이라는 인물에 대해 마리아가 상상력을 발휘하듯, 관객들에게 모든 종류의 가능성을 열어 놓으라고 말하는 것 같다. 쉬운 텍스트는 아니다. 그러나 대단히 어려울 것도 없다. 11일 선보인 '스톰 인사이드'는 삶의 폭풍우 속에 서 있는, 혹은 가슴 속에 폭풍을 가둬놓은 두 남녀의 조우와 여정을 담은 로드무비이자 한 부르주아 중년 여성의 방황을 다룬 심리극이다. 섬세한 촬영과 몽환적 편집, 그리고 '마리나 포이스'라는 배우의 얼굴이 나침반처럼 지극히 영화적인 세계로 관객들을 안내한다.

남편, 딸, 친구와 함께 파리에서 스페인으로 여름 휴가를 떠난 마리아는 폭풍 때문에 발이 묶이게 된 호텔에서 나빌을 보게 된다. 나빌이 부인과 그녀의 정부를 살해한 것도, 마리아가 나빌에게 모로코까지 가는 배에 태워주겠다고 제안한 것도 가슴 속에 폭풍처럼 솟구쳐온 어떤 충동 때문이다. 여기서 '충동'은 영화 마지막까지 나빌과 마리아의 비이성적 행동을 설명하는 중요한 요소다. 나빌이 느끼고 있는 분노, 후회, 수치, 공포 등의 감정, 마리아의 권태 및 일탈욕구가 다시 그 충동에 주석을 달아준다. 질풍 노도의 시기가 다시 찾아온 듯 공황 상태에 빠진 이들은 동물적 감각에 따라 그 때 그 때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리고 이 불편한 동행 속에 물리적 자유가 필요한 남성과 정신적 해방구를 찾는 여성은 절박하게 서로에게서 구원의 실마리를 찾는다.

성모를 떠올리게 하는 '마리아'라는 이름은 그런 면에서 상징적이지만, 마지막까지 무기력하게 느껴진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스페인의 자연 경관만이 인물들 내면의 악천후와 대비를 이루며 아이러니한 감정을 불러 일으킨다.

마침내 사건을 정리하고자 하는 경찰에게, 마리아는 당신도 나처럼 현실을 부정하고자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어떤 것이 꿈이고 어떤 것이 현실일까. 그녀가 자신을 온전히 지각하는 것은 꿈 속에서일까 현실에서일까. 술을 마실 때만 살아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는 마리아의 대사는 의미심장하다. 그녀가 경험하는 두 세계의 모호한 경계를 즐기는 것이야말로 '스톰 인사이드' 감상법일 것이다. 이것은 곧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원작('한 여름 밤 열시 반')과 맞닿아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미셸 피콜리', '베르너 쉬뢰터' 등과 함께 작업해온 '파브리스 카모인' 감독의 독특하고 지적이고 대담한 첫 장편 연출작이다. 
 

 



 


윤성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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