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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물썰물] 프랑스의 유권자들
[밀물썰물] 프랑스의 유권자들
  • 승인 2017.05.10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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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발 선거혁명이 일어났다. 수십 년간 프랑스를 통치해 온 공화·사회당 양대 정당이 국회의원 한 명도 없이 창당한 39세 젊은이에게 대통령 자리를 내주었다. 대통령 당선인 에마뉴엘 마크롱은 좌도 우도 아닌 제3의 길을 선언해 기존 정치에 새바람이 일어날 모양이다. 그는 역대 프랑스 대통령 중 최연소이며 주요국 국가수반 가운데서 가장 어리다. 프랑스의 유권자들은 유럽연합(EU)을 정치신인에게 맡기는 데 저항이 없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마침 오늘은 우리나라 제19대 대통령 선거 투표일이다. 사정이 다르긴 하나 우리나라도 좌와 우의 대립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프랑스 또한 나라가 두 개로 쪼개질 지경이 됐다. 유럽연합 잔류, 자유 무역, 문화적 다원주의가 마크롱이 제시한 길이며 이와 반대로 고립주의, 보호 무역, 프랑스 우선주의가 상대후보 르펜의 길이었다. 변화에 대한 갈망이 마크롱을 선택한 이유라고 유권자들은 주장했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그랬다.

내면을 들여다보면 프랑스 유권자들의 뛰어난 정치적 상상력이 만든 하나의 작품이다. 여기서 프랑스인 특유의 기질인 '톨레랑스'나 공사(公私) 구분의 철저함을 들먹이지 않을 수 없다. 톨레랑스는 '다른 사람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의 자유 존중'을 말한다. 39세면 우리 나라에선 대통령 후보 명함도 못 내미는 정치적 유아기 취급을 받는다. 나이로 상대를 재단하는 것은 톨레랑스나 공사 구분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세종대왕은 22세에 왕위에 올랐고 왕위에 오르자마자 집현전을 보강하고 악·의·공·농 전 분야에서 개혁을 단행했다지 않나.

좀 엉뚱하지만 마크롱의 가족을 보면 좀 더 선명해진다. 15세 소년 마크롱은 40세의 교사와 사랑에 빠졌다. 그 교사는 3명의 자녀를 둔 기혼자였다. 교사는 결국 이혼하고 마크롱과 결혼했다. 전 남편과 낳은 세 자녀와 손주 일곱 명이 마크롱의 식구들이다. 이 정도는 약과에 불과하다. 프랑스 사르코지 대통령은 순방길에 새 여자친구와 동행한 적이 있었고 미테랑은 혼외로 낳은 딸 팽조의 집에서 매일 밤을 보냈다고 한다. 파리 시민들의 당시 여론은 이랬다. "일 잘하면 됐지 사생할엔 관심 없다." 이런 태도가 절대적으로 옳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이, 성, 관습, 선입감, 프레임 등 과거의 잣대로부터 벗어난 선택의 자유로움은 부러운 게 사실이다.

이상민 논설위원 ye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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