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서는 보기 드물게 학부모의 교육열이 높고 대학 입시 경쟁이 치열한 나라가 아일랜드다. 고교 졸업시험 성적으로 대학 입학이 갈려 학생들은 어릴 때부터 학교 성적에 매달리고 성적을 올리기 위한 입시 전문 사교육 기관까지 있는 것이 우리나라와 꼭 닮았다. 아일랜드의 이런 교육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전환학년제(Transition Year)'다. 1974년 처음 시행됐고 2000년 이후에는 전체 학생의 70% 이상 참여할 정도로 일반화돼 있다.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는 3년간의 중학교 과정을 마친 다음 2년

1939년 7월 16일 일요일은 33도가 넘는 무더위였다. 부산부 좌천정에 사는 수정소학교 3년 김영수(11)가 사촌들과 수영해수욕장에 갔다가 오전 11시 30분께 파도에 휩쓸려 익사했다. 시체가 떠오르지 않아 경찰 경비선까지 출동해 일대를 수색했다. 이 사건은 1934년 수영해수욕장 개장 이래, 5년 만의 첫 익사 사고였다. 수영해수욕장은 낯설다. 수영강 하구, 이전 수영비행장 앞쪽의 모래 해변이었다. 지금으로 치면 올림픽공원~벡스코제2전시장~부산시립미술관 쪽으로 이어진, 수영강 하구에서 우동천 하구(시립미술관역 3번 출구 부근)

1404년 2월 8일의 일이다. 태종이 사냥에 나섰다가 그만 말에서 떨어졌다. 다치지는 않았지만 체면이 영 그랬는지 태종은 "사관이 모르게 하라"고 일렀다. 그런데 낙마한 일은 물론이고 태종의 발언 내용이 그대로 태종실록에 실렸다. 나중에 세종은 실록의 내용이 궁금해 몇 번이나 열람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우리에겐 자랑할 만한 기록문화의 전통이 있다. 그리고 그것은 또한 엄정한 것이었다. 특히 조선은 기록문화의 진수를 보여 준다. 왕의 일기인 일성록, 왕의 비서기관의 사무를 기록한 승정원일기, 국가 최고의결기관의

당구공의 움직임은 회전에 의해 결정된다. 당구공이 쿠션과 충돌하면 입사각과 똑같은 각도로 튕겨 나간다. 하지만 당구공에 회전을 주게 되면 튕기는 각도와 속도가 달라진다. 이는 당구공이 쿠션과 충돌하는 순간 회전력에 의해 순방향 또는 역방향의 힘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끌어 치기, 밀어 치기, 찍어 치기 등 다양한 당구 기술들이 모두 공의 회전과 관계된다. '회전의 비밀'에 눈을 뜬 사람이야말로 당구의 고수라고나 할까. 아마추어들이 흔히 즐기는 '4구' 당구는 당구대 위에서 공 4개로 즐기는 게임이다. 최

블타바강이 흐르는 중부 유럽의 아름다운 도시 프라하. 체코의 수도이기도 한 이 도시는 처음에는 '프라하의 봄'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인에게 널리 알려졌다. 1960년대에 들어와 체코에서는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를 기치로 내걸고 소련과 체코의 권위주의적 권력에 맞선 민주화운동이 들불처럼 번져 나갔다. 하지만 동토의 봄은 짧디짧았고, 1968년 8월 20일 소련군을 비롯한 바르샤바조약기구 5개국 군 20만 명이 프라하를 침공함으로써 '프라하의 봄'은 꽃도 피우지 못한 채 스러져갔다. 

달을 사고파는 부동산 거래가 인기다. 톰 행크스, 니콜 키드먼, 클린트 이스트우드, 카터와 레이건 등의 유명인사들이 모두 달나라 땅을 산 사람들이라고 한다. 강남의 복부인이 다녀갔는지 우리나라에서도 달을 산 사람이 1만 명에 이른다. 전 세계 달 구매자가 600만 명이라니 황당하기 그지없다. 달의 땅을 판 사람은 데니스 호프란 미국인이다. 지난 1967년 유엔은 우주 조약을 만들어 국가와 특정 기관이 천체를 소유할 수 없도록 했는데 호프는 이 조약에서 허점을 발견했다. 개인에게는 소유권 제한이 없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1에이커(

우리나라 3대 전시컨벤션센터라고 하면 서울 코엑스, 경기도 고양 킨텍스, 부산 벡스코를 일컫는다. 이 가운데 대규모 국제행사가 많이 열리는 곳이 벡스코이다. 수도권과 멀고, 규모도 상대적으로 작아 불리해 보이는 데도 전시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벡스코의 인기가 높다. 여기에는 벡스코가 자리한 뛰어난 풍광과 그 주위의 풍부한 숙박시설 등이 한몫한다. 서울 코엑스는 전시 일정이 너무나 촘촘히 짜여 있어 비정기적으로 등장하는 대규모 국제행사를 치르기가 쉽지 않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킨텍스에 대해서 전시공간은 만족할 만하나 숙박

지난 여름 부산아트북페어 '프롬더메이커즈'에 다녀오면서 이런 행사를 지역음악을 주제로 진행하면 괜찮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레코드는 더 이상 팔리지 않고, 레코드페어는 하나씩 없어지고, 쇼케이스 페스티벌이 생겨나는 추세를 보았을 때 이런 행사가 과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인가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러한 의문과 시도의 가능성을 교차시켰을 땐 어떠한 결론을 내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 사이 우리나라 대표 공연예술마켓인 서울아트마켓(팸스·PAMS)이 열렸고, 부산 음악마켓의 가능성을 점쳐보기 위해 다녀왔다.서울아트

1923년 3월 새 동래군수 김한식(39)이 부임했다. 그는 야심 찬 인물이었다. 2년간 산청군수를 지낸 그는 동래에서 치적을 쌓아 볼 작정이었다. 동래에는 골칫거리가 있었다. 조선 후기부터 전국에서 알아주는 명물인 백동제(白銅製) '동래담뱃대'가 신식 궐련의 유행 때문에 사양길에 접어들고 있었다. 1916년 '동래연관(煙管, 담뱃대)조합'이 결성됐는데 직공이 수천 명이었다. 김한식 군수는 당시 평양에서 비약적으로 성장하고 있던 양말공업이 눈에 들어왔다. '담배는 기호품이지만 양말은 생필품이잖아.

간혹 스크린에서 정말 실감 나는 연기를 볼 때 관객들의 상상력은 그 캐릭터가 배우의 실제 모습과 닮았을 거라는 데까지 나아가곤 한다. 연기에 몰입한 배우들에게는 그 반대 방향의 질문이 가능하다. 어디까지가 '나'이고 어디까지가 '배역'일까. 실제 같은 연기를 향한 훈련과 노력이 때로 자신과 극 중 인물을 혼동시키는 상황으로 스스로를 몰아갈 때 이러한 질문은 더욱 무거워진다. 영화는 종종 이러한 성찰, 나아가 강박에 시달리는 배우들을 캐릭터화한다.'블랙 스완'(대런 아로노프스키)에서 '

데카르트는 어릴 때부터 몸이 약해 누워 지내길 즐겨 했다고 한다. 데카르트의 이런 습관은 군대 생활에서도 이어졌다. 하루는 군 막사 침대에 누워 있다가, 파리 한 마리가 천장에 붙어 있는 걸 봤다. '파리의 위치를 수학적으로 표현할 방법은 없을까.' 위대한 철학자 데카르트가 해석기하학의 창시자가 되는 순간이었다. 데카르트는 이후 '방법서설' 부록으로 '기하학'을 출간했다. 그는 교회와의 갈등을 우려해 익명으로 책을 냈다. 데카르트가 사망한 지 10여 년이 지난 1663년, 데카르트의 저서들

올림픽을 상징하는 것이 성화(聖火)다. 성화 점화를 시작으로 올림픽이 개막하고, 성화가 꺼지는 것으로 폐막을 알린다. 올림픽 개막식의 하이라이트도 성화 점화다. 성화 최종 주자와 점화자, 그리고 성화 점화 방식을 두고 '깜짝쇼'가 펼쳐지기도 한다. 지금은 당연하게 여겨지는 올림픽 성화는 사실 올림픽과 스포츠를 정치 선전의 수단으로 삼은 나치 독일의 유산이다. 근대 올림픽에서 처음 성화가 밝혀진 것은 1928년 제9회 암스테르담 올림픽이지만, 그때는 경기장에 커다란 돌접시를 마련해 불을 피워 놓은 것에 불과했다. 고대

이웃을 잘 만나야 삶이 편한 법이다. 지금 위기에 처한 우리나라를 둘러보면 어떤가. 좋은 이웃은 고사하고 평범한 이웃조차 보이지 않는다. 어떤 사람이 길에서 강도를 만나 초주검이 됐다. 사제와 종교지도자가 그냥 지나쳤다. 그를 여관에 뉘고 돈을 준 이는 유대인들이 경멸하는 사마리아인이었다. 이를 들은 예수는 "누가 이웃이냐"고 묻는다. 이웃의 기준은 공간이 아닌 시간이며, 좋은 이웃은 관계의 깊이를 나누어 가진다는 의미다. 공간과 시간을 공유하는 나라로 북한 중국 일본을, 시간을 공유하는 나라로 미국과 러시아를 꼽

'주식을 사기보다 때를 사라'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팔아라' '매입은 신중하게 매도는 과감하게' '달걀은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 '밀짚모자는 겨울에 사라'…. 주식 관련 격언이 차고 넘친다. 오랜 경험과 지혜의 소산이다. 주식 매매가 그만큼 어렵고 복잡한 결단임의 반증이다. 주식에 왕도가 없다는 건 불변의 진리이건만, 주식시장 주변에선 미래를 점치려는 시도가 끊이지 않는다. 특히 상승장(불스 마켓)과 하락장(베어스 마켓)에선 윤똑똑이들이 설쳐 대기

올 5월 문재인 대통령은 당선과 동시에 사법기관의 대대적인 개혁을 예고했다. 변화의 출발점은 파격적인 인사였다. 비법조인 출신 대학교수를 법무부장관으로 앉혔고, 기수와 서열을 파괴하며 검찰 고위 간부를 임명했다. 거기까진 순탄했다. 대통령의 인사 권한이 절대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헌법재판소장 임명 과정에서 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국회 재적 과반수의 동의를 얻지 못한 것이다. 여야는 서로를 탓하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도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 후로 지금까지 헌재소장 자리는 공석으로 남아 있다. 올 1월 31

경주에 가면 신들이 노닌다는 숲(神遊林)이 있다. 경주시 보문동, 구황동, 배반동에 걸쳐 남북으로 길게 누에고치처럼 누운 낭산이 그곳이다. 사적 제163호로 지정되어 있지만 높이는 100m 남짓해 신령스러운 곳이 맞나 의구심을 자아내기도 한다. 하지만 낭산은 예부터 서라벌의 진산으로 대접받았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신라 제18대 실성왕 12년(413)에 낭산에 구름이 일어 누각같이 보이면서 오랫동안 향기가 피어올라 왕이 신령이 내려와 노니는 것으로 여겨 나무를 베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신라 최초의 여왕인 제27대 선덕여왕이 잠들어 있

초년병 기자에게 선배들이 해 주는 말이 있다. "개가 사람을 물면 기삿거리가 아니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기삿거리다." 새로운 것이면 일단 기사의 자격이 된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 말에는 반려견에 대한 배려보다 대문에 '개조심'을 써 놓던 과거의 시각이 물씬 풍긴다. 물어야 개라는 생각이 바닥에 깔려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젠 "개가 사람을 물면" 주인과 함께 행동교정을 받아야 하는 세상이다. 최근 서울의 한 유명 식당 대표 김 모 씨가 서울 강남구 아파트에서 이웃이 기르던 반려견

기억은 영화를 닮았다. 두서없이 불쑥 치고 들어오는가 싶다가도 조각들이 하나씩 맞춰지면 전체 그림이 논리정연하게 그려진다. 반대로 한 조각의 순간이 전체를 압도하며 믿어 왔던 모든 걸 흩트리기도 한다. 필름에 새겨진 얼룩처럼 고정불변의 증거 같지만, 때론 장면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아도 느낌만큼은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19일 선보인 '당신과 함께한 순간'은 인공지능이라는 상상을 통해 기억이 우리와 관계 맺는 방식에 대해 가만히 응시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궁금했다. 스크린에 불이 꺼지고 나면 이 영화가 어떻게 기억될까.

며칠 전 '서울뮤직시티커넥션 2017' 컨퍼런스에 다녀왔다. 컨퍼런스 발표자들의 면면도, 주제도 흥미로웠기 때문이고, 거기에 더해 이 행사가 진행된 '플랫폼창동61'이 궁금했던 것도 한 이유였다. 플랫폼창동61은 작년 4월에 개관한 공간으로 공연장과 녹음, 연습공간이 구비되어 있는 곳이다. 그동안 다양한 공연들이 진행되는 것을 보며 이 공간의 목표가 뚜렷하다는 느낌을 받았고 그랬기에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편 이 컨퍼런스에는 이름만으로도 마음이 설레는 글래스톤버리 페스티벌(Glastonbury

19세기 초 영국에서는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기계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자 수공업자들이 기계를 파괴하는 러다이트 운동이 발생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동운동도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막을 수는 없었다. 지금 우리들 앞에 전개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도 마찬가지다.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최신 디지털 기술이 업무방식 및 생활양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지만 반대급부로 디지털에 지친 고객들이 기술에 저항하는 디지털 러다이트 현상도 이미 나타나고 있다. 은행도 디지털화 앞장서지만 지점 창구 선호 고객 여전해 기술과 인간 공존